여야, 7월 4일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국회 논의 전격 재개…정치권 움직임에 쏠린 시선

 

출처_조선일보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 국회 다시 움직이다

오랜 시간 멈춰 있던 국회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7월 4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오늘, 여당과 야당은 각 상임위 중심으로 회의를 재개하며 그간 미뤄졌던 주요 입법 과제와 예산 논의를 다시 꺼냈다. 이례적인 전개는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다소 다르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 대부분이 국내법과 예산으로 이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경제 협력 확대, 반도체·인공지능 기술동맹, 북핵 대응을 위한 안보 공조 강화가 핵심 아젠다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 재가동은 단순한 ‘회의 재개’가 아니라, 외교 결과물을 어떻게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하느냐의 문제로 해석된다.

여당은 경제, 야당은 안보

국회 운영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움직이고 있다. 여당은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경제활성화 3법이라 불리는 세제 지원 확대, 청년 고용 인센티브, 규제 특례 확대 법안 등을 우선 처리 대상으로 삼았다. 기업 투자 유도와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회복을 목표로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경제 분야 협약이 국내에서 실행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 기반이기도 하다.

반면 야당은 안보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무인기 도발, 한미일 3국 군사훈련 확대 논의 등으로 인해 국방과 외교를 둘러싼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주한미군 활동 범위 확대를 담은 국방협력법 개정안과 예산 운용의 자율성을 조정하는 조항들이 논의 중이다. 야당은 정부가 외교 성과를 내세우기 전에 국회 내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회담과 국회가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

이번 국회 일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상회담과 동시에 움직이는 국회’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보통 외교 일정은 행정부 중심으로 흘러가고, 국회는 그 결과에 따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는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회가 스스로 논의를 시작했고, 일부 상임위에서는 사전에 대응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7월 5일부터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 예산소위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회 내부 일정도 조정됐다. 오는 7월 15일에는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때 일부 법안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쟁인가, 준비된 대응인가

일부에서는 국회가 외교 일정을 빌미로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여당은 “정부 외교의 성과를 최대한 빠르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국회가 외교를 감시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입법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여야가 얼마나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회담이든 국회든 상관없이 실질적인 변화와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한 만큼, 논쟁을 위한 논쟁이 아니라 성과 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무엇일까

공식 발표된 의제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양국 간 실무진 협의에서 다뤄진 내용은 일부 보도되었다. 대표적인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한국 전기차 기업 지원 문제
•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 한국의 역할
•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보 협력 강화
• AI 기술 공동 개발 및 규제 기준 마련

이 가운데 한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 개정과 디지털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며, 이를 국내에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법률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 분위기와 보도 내용 요약

정치권 내부에서는 간만에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이라는 자평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회담 후 효과를 먼저 염두에 두고 유리한 여론몰이를 위한 전략적 복귀라는 비판도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외교 일정과 입법이 동시에 움직이게 하려면 시간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측 초안이 회담 당일 새벽에 들어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사전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임위 보좌진은 “국방 관련 법안은 외교 결과를 보고 대응하면 이미 늦다.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8월 본회의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일정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론은 여전히 갈려 있다. “결국 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부터 “이 정도로 국회가 기민하게 움직인 적은 드물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은 꽤 실질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IRA 세제 조정이나 반도체 산업 협력은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나 수출 전략과 직결되며, 안보 조치 강화는 병역 제도, 방산 산업, 나아가 국방예산 편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국회가 외교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재개는 꽤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것이 정쟁이 아닌 진짜 실행을 위한 움직임일 때만 의미가 있다. 이제 중요한 건 회담 이후다. 정상 간 합의가 얼마나 빠르게 국내 제도로 반영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느냐다.

그 출발점은 결국 국회다. 이번 여름, 정치권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인 결과를 요구받고 있다.